맥미니 M4를 사고 나서 처음 몇 주는 이상하게 작업이 잘 안 됐다.

퍼포먼스 문제가 아니었다. 오히려 그 반대였다. 빠른 건 분명한데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. 집에 굴러다니던 윈도우 키보드를 연결했고, 마우스는 3년 넘게 쓴 일반형을 그냥 이어 썼다. “어차피 같은 손인데” 싶었다.

그 판단이 틀렸다는 걸 오래 걸리지 않아 알게 됐다.

키보드부터 틀렸다

윈도우 키보드를 맥에 연결하면 가장 먼저 Command 위치가 문제가 된다. 손이 기억하는 자리와 실제 키 위치가 달라서, 복사·붙여넣기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 하는 동작에서 매번 멈칫하게 된다.

오타가 늘었다. 단순한 문서 작업도 어딘가 어색했다. 손가락이 자꾸 엇나갔다.

키보드 연결 후 작업 환경

결국 키보드를 다시 골랐다.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.

  • 애플 매직 키보드 — 맥과 디자인이 딱 맞고, 터치아이디 탑재 모델도 있다
  • 로지텍 MX Keys S — 멀티페어링, 무게감 있는 키감, 숫자패드 포함

매직 키보드의 터치아이디 없는 모델은 충전이 라이트닝 방식이다. 요즘 환경엔 맞지 않는다. 터치아이디 탑재 버전은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. MX Keys S 풀사이즈는 숫자패드가 달려있고, 세 기기를 등록해두고 버튼 하나로 전환할 수 있다.

맥미니는 고정 데스크탑이다. 굳이 컴팩트할 이유가 없다. 풀사이즈를 골랐다.

MX Keys S 전체 레이아웃

키보드를 바꾼 날부터 손이 멈추지 않았다. 오타가 줄었고, 단축키가 의식하지 않아도 나왔다.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, 하루 종일 쌓이면 피로감 자체가 달라진다.

멀티페어링 전환 버튼

손목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됐다

키보드는 해결됐는데, 이번엔 손목이 말을 걸어왔다.

오래 작업하고 나면 오른쪽 손목 바깥쪽이 뻐근했다. 일반 마우스를 쓸 때 손이 바닥을 향하는 자세가 전완부를 미세하게 비트는데, 그게 쌓인 것이었다. 버티컬 마우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.

검색하면 늘 로지텍 LIFT가 상단에 뜬다. 7-9만원. 잠깐 망설였다. 처음 써보는 형태인데 바로 고가를 살 이유가 있을까.

조건을 먼저 따지게 된 이유가 있다. 저가형 충전식 제품을 쓰다가 몇 달 만에 배터리 품질이 나빠 충전이 아예 안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.

첫째, 충전식보다 건전지. 건전지 방식은 교체만 하면 수명이 사실상 없다. 마우스는 전력 소모가 적어 한 세트로 1년 이상 버티기도 한다.

둘째, RF 동글보다 블루투스 멀티페어링. 맥미니와 아이패드를 같이 쓴다면 동글 하나로는 한 기기밖에 못 쓴다. 블루투스 멀티페어링이 되면 버튼 하나로 전환된다.

이 두 조건을 충족하면서 2만원대인 유그린 MU008을 골랐다.

유그린 MU008

써보니 처음에는 기울어진 그립이 낯설어서 적응이 필요했다. 그러나 곧 자연스러워진다. 장시간 작업 후 손목 바깥쪽이 뻐근한 증상이 줄었다.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, 체감이 달라졌다.

엄지 버튼은 맥에서 데스크탑 스페이스 전환으로 매핑된다. 생각보다 자주 쓰게 된다.

마우스 측면 엄지 버튼

로지텍 LIFT랑 실용 비교를 하면 이렇다.

항목로지텍 LIFT유그린 MU008
가격대7-9만원2-3만원
블루투스 멀티페어링
배터리AA 건전지AA 건전지
소프트웨어 커스터마이즈Logi Options+미지원
빌드 품질프리미엄실용급

DPI를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버튼을 자유롭게 재매핑하고 싶다면 로지텍이 맞다. 버티컬 마우스가 자신에게 맞는지 먼저 확인하는 단계라면, 가격 차이만큼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.

세팅이 완성되고 나서 달라진 것

키보드와 마우스를 바꾸고 난 뒤, 데스크 앞에 앉는 게 달라졌다.

거창한 변화가 아니다. 손이 편해지니까 집중이 흩어지지 않는다. 단축키가 튀어나오고, 손목이 덜 뻐근하고, 그냥 앉아서 계속 하게 된다.

맥미니 M4 데스크 세팅

맥미니 M4 처음 세팅한다면, 키보드와 마우스는 임시방편 없이 처음부터 제대로 고르는 게 낫다. 본체 성능을 온전히 쓰려면 손이 먼저 편해야 한다.